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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아침

빛은 모일수록 밝아진다

by 맛있는이야기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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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파리를 유행의 도시라 합니다. 그런데 파리에 온 한국 여성 중에는 “유행의 도시라더니 옷차림도 제멋대로이고 후줄근하니 형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평소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채 나름의 생활철학 없이 줄곧 유행만을 바라보고 흉내내고 쫓 아왔기 때문에 미적 감식안이 퇴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옷만 볼 뿐 옷의 주인을 보지 않으니 조 화를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 파리에는 온갖 옷차림이 항상 공존한다. 개성이 다르고 미 (美)에 대한 감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에게만 어울리는 옷맵시'를 추구하기 때문 입니다. 다시 말하면 파리는 하나만을 추구하는 유행의 도시가 아니라, 각자의 스타일이 자유롭 게 추구되고 공존하는 개성의 도시인 것입니다.

이러한 풍토는 의(衣)생활뿐만이 아닌 시민의식 차원에서도 뿌리깊습니다. 알제리 독립전쟁이 시작된 1957년,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 알베르 카뮈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 해, “조국을 배반할 수는 있으나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를 배반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식민지에도 반대하 지만 알제리에서 프랑스인들이 쫓겨나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에 반해 사르트르는 단호히 말과 글로 식민지의 반인간성, 반역사성을 강력하게 외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제리 독립자금 전달책으로까지 나섰습니다. 이러한 그의 행위로 드골의 측근 몇몇은 이를 반역행위로 치부하고 법적 제재를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드골은 이렇게 간단히 대 꾸했습니다. “그냥 놔두게, 그도 프랑스야.” 이 한마디는 20세기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 와 정치지도자 두 사람의 만남을 표현합니다. 드골은 “그도 프랑스야!”라는 말로 “나는 당신들 을 이해했습니다.”라는 뜻을 전한 것입니다.

민주사회의 핵심가치 중 하나는 획일화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인들 의 개성 있는 패션과 드골의 포용적 자세는 이러한 측면에서 민주사회를 일궈나가는 데 시사하 는 바가 큽니다. 다양성의 존중과 개성과 창의력의 발휘는 풍요로운 민주사회를 일궈 가는 기 탄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출신 지역, 학교, 성별 등으로 편을 가르고 남을 판단하며 특정한 색깔만이 폭 존(李阜)하려는 풍토가 여전히 뿌리깊습니다. 여러 색들이 서로 자기의 색깔만을 남기려고 다른 것을 덮어씌우며 다투면 끝내 그것은 시커먼 암흑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빛은 여럿이 모이게 되면 종국에는 어둠을 비출 있는 더욱 밝은 빛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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